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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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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쉼 없이 드리우고 너울지는 틈에도 바다가 흐르는 까닭은 언젠가 보았던 찬란한 빛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영혼을 향해 유적하는 푸른 목소리는 언제나 나의 마음 곳곳을 누비고 있다. 푸른 목소리가 돋아나 바다가 움튼 자리에는 하늘 자국이 있다. 땅으로 내려와 바다가 된 하늘의 깊은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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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은 일을 한다. 모든 것들의 형태를 비추고 모든 것들을 안다. 보이지 않는 와중에 제자리를 지키는 각자의 선명함은 ‘어둠은 빛의 주관 안에 놓여 있다’는 하늘의 언어를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는 ‘우리’를 통하여 빛의 영역을 확장시키기를 원한다. 개인이 가진 아픔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되는 경로를 탐구하고 가장 합당한 지점을 찾아 나선다. 그저 생각과 마음을 지키는 것을 통해 빛의 바다에 도달하는 것과 인간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 질서 회복의 소망을 따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어떠한 어둠 속에서도 침묵 속에서도 나는 희망이며 어둠 속을 걸어나갈 빛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공표한다. 온 생명이 푸르게 연대함으로 헛된 소망이 붉게 순종함으로, 나의 작업은 인간의 목적 회복을 위해‘우리’라는 질서를 세운다.

하늘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바다를 이루었고, 나는 ‘좁은 범위를 영유하던 우리’에서 ‘빛이 흐르는 넓은 범위로서의 우리’로 시선을 살핀다. 이번 전시는 헌 집을 버리고 ‘새 집으로 돌아온 우리’를 반영한다. 나는 ‘우리’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실질적 형태나 상징의 방식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실상을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빛은 우리의 걸음을 정하고 그 길을 기뻐함으로, 빛의 시작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이루어진 우리’를 호명한다. 우리는 발화한다. ‘우리’를 가능하게 한 위대한 시작이 ‘빛’ 이라는 사실을 제목 ‘우리’에 내포하였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구체적이어서, 더욱더 명확하게 너를 사랑하기를 호소한다. 하늘이 바다를 이룸 같이 나를 보듯 너를 바라보기를 갈망한다. 나의 어둠이 너의 빛을 무너뜨리지 않게, 나는 빛처럼 흩어져 결국 사라지고 빛처럼 너를 모아 좁았던 ‘우리’의 범위를 넓히기를 소망한다. 마침내 우리는 하늘과 바다를 완성한다. 우리는 푸르러진다.

 

심장 한편에 모진 마음 콕 박혀있을지라도 우리를 포기하지 말자. ‘나’라는 생명의 이유는 우리가 ‘우리’됨을 지켜내기 위해서라. 지평선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자. 하늘과 평행이 된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 를 지키자.

 

가장 납작하게 가장 겸손하게.

2.

 

나는 ‘나의 모든 생각’을 ‘진실’로 옮긴다. ‘나의 물과 바다’를 ‘진실된 물과 바다’로 옮긴다. ‘규정된 사유’를 ‘진실’로 옮긴다. 사유를 떠나는 나의 발걸음은 외부를 차단한다. 걷는다 온전히 모든 감각을 느끼면서. 나의 맨발은 부딪히고 깎이어 비로소 우주에 꼭 맞는 발의 모양을 되찾는다. 흔들림 없이 걷는다. 나는 곧장 너에게로 가, ‘네가 사유하고 있는 물과 바다를 ‘진실’로 옮겨 놓는다. 우리는 만난다 그곳에서. 가장 청량한 모습으로. 

그 무엇보다 맑고 투명해진 나는 무한함을 본다.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진다.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가 사유하는 것들의 비극을 떠나 나는 영원을 감각한다. 영원한 샘물을 마신다.

 

 

나의 작업은 어두운 우리의 마음에, 이 무한한 씨앗을 뿌린다. 우리의 영혼에 비추어 영원의 영역을 보이게 하고, 그 희망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는다. 하늘과 만물 그리고 인간의 질서가 희망을 말하고 나는 그 질서가 파괴되지 않는 자유를 소망한다. ‘왜곡된 익숙함’에서 ‘분리된 질서’로 나의 감각은 이동하여 ‘나는 결코 아무것도 아님’을 선언한다. 나의 작업은 어떠한 것도 창조하지 못한다. 가려진 진실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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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이끄는 힘인, 거짓이 작업의 원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둠마저 다스리는 빛, 가장 맑고 순수한 태초의 빛으로 시작되는 것이 나의 작업 방식이다. 나는 매순간, ‘나의 작업은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세상은 기적이다. 우리는 기적이다. 이 기적에 동참할 것인지 파멸에 동참할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예술을 빛의 질서 안에 둘 수 있는 예술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선한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따라간다.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기준이 허용되는 지금, 예술가로서 어떠한 위치에서 온 우주를 지켜내야 하는지를 위한 나의 한걸음 한 걸음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하늘처럼 바다처럼 빛처럼 바람처럼 언젠가는 나도 나의 무게를 버리고 이름을 버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생명이 되기를.

1.

 

For Heaven

 

My thought is dead because i am still living
Blue skies, wide seas, the fresh breeze and golden beam

Illuminates the pettiness of my thoughts and dreams.
For I no longer long these,
I live, for I die

 

My thought cannot see light, plant trees, and draw sky

What I have achieved is vain.
My thought deserves death.
yearning for the glory of being glorified as a creation.

 

The low rises,
and the high submerges,
when the universe restores it order.
And I am saved by the miracle of dying and living.
I see creation’s gleaming smile, and the smile in you,

as my thoughts fade away. I succumb.
Yet I live.
And the world reveals its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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